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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여는 기술]누구나 발명자가 될 수 있다

지난 호에는 어떤 것이 발명으로써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기준 즉, 발명으로써 갖춰야 하는 필수 요건에 관해 이야기하였다. 이번 호는 ‘발명의 기준은 알겠는데…. 과연 내가 발명이란 것을 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글을 써보았다.

글 유명훈 팀장(특허팀)

사소한 발견에서 시작된 희대의 발명품
먼저, 우리보다 앞서서 발명한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발명자의 길에 들어서기 위한 방법을 설명하고자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연필. 이 연필의 장점이라면 펜과 달리 지우개로 쉽게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연필은 언제 발명되었을까? 정답은 1500년대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연필로 쓴 글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는 연필이 발명된 지 200년이 지난 1700년대에서야 발명되었다. 이는 사람들이 쉽게 쓰고 지울 수 있는 연필의 가장 큰 장점을 전혀 활용하지 못한 채 200년 가까이 기존의 필기도구와 동일하게 사용하였던 것이다.

그림9그렇다면 연필이 발명된 지 200년이 지나서 어떻게 지우개가 발명되었을지 궁금하지 않은가? 이 지우개의 발명을 간단하게 소개하면, 영국의 화학자 조셉 프리스틀리는 어느 날 글을 쓰다가 잠시 생각에 잠겼는데, 잠시 뒤보니 종이 위에 쓴 글씨가 모두 지워져 있었다고 한다. 프리스틀리가 생각하는 중에 자신도 모르게 고무 조각으로 종이 위의 글씨를 문질렀던 것이다. 이를 본 프리스틀리는 곧바로 흥미를 가지고 연구하였고, 지우개를 최초로 발명하게 되었다. 고무 소재의 발명은 기원전 2세기경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연필이 발명된 1500년대에도 고무는 이미 다양한 곳에서 활용되던 시기인데, 왜 200년 동안 지우개가 발명되지 못하였을까? 200년 동안 고무로 연필 글씨를 지워보려는 시도를 단 한번도 하지 않아서 일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적어도 몇 번은 누군가가 고무로 연필의 글씨가 지워지는 것을 보았지만, 이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거나, 오히려 실수로 지워졌다고만 여기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비슷한 사례가 하나 더 있다. 이미 아는 이들도 있겠지만,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레인지는 군사용 레이더를 개발하다가 발명된 것이다 . 전자레인지를 발명한 사람은 미국의 공학자였던 퍼시 스펜서라는 연구원이다. 스펜서는 레이시온이라는 무전장비회사에서 레이더 장비 개발에 참여하고 있었는데, 어느 날 마그네트론*이 작동 중이던 실험실에 들어갔다가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바가 완전히 녹아 있었던 것을 발견하였다.
* 마이크로파 신호를 생성하기 위한 진공관으로 당시 레이더에 필수적인 장치

그림8스펜서는 이 현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왜? 무엇이 초콜릿 바를 녹인 것이지?’라고 고민하기 시작하였지만, 실험실에는 초콜릿 바를 녹일 만한 요인이 전혀 없었다. 그래서 마그네트론에서 발생되는 마이크로파를 의심하게 되었고, 혹시나 해서 다음 번에는 옥수수를 가져와 실험하였는데, 옥수수 알갱이가 터지며 팝콘이 되어 버렸다. 이를 계기로 스펜서는 마이크로파가 물체를 데우는 기능이 있다는 것에 확신을 갖고 연구에 몰두하여, 마그네트론에서 방출되는 극초단파가 음식물 내 수분의 온도를 상승 시킨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고, 1945년 스펜서가 근무한 레이시온사는 그의 발명을 토대로 1945년 특허를 등록하고 마이크로파를 이용한 전자레인지를 생산하게 된다.

‘왜’가 만들어 내는 경쟁력의 열쇠
필자는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이 위 이야기를 통해 발명의 본질을 이해하였으면 한다. 예외적인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발명’은 ‘발견’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발견이란 행위는 사소한 것이라도 내 주변에 일어난 일들에 관심을 갖고, 계속해서 ‘Why’ 라는 질문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심지어 그 일이 단순한 실수라고 해도 관심과 흥미를 갖는 것은 무언가를 발견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행동이다.

만일, 스펜서가 초콜릿 바가 녹은 것에 관하여 관심과 흥미를 갖지 않고 녹은 초콜릿 바를 쓰레기 통에 버렸다면, 만일 프리스틀리가 고무 조각에 연필 글씨가 지워진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면 아마도 우리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이들처럼 주변 사물에 관한 ‘관심’과 ‘흥미’ 그리고 ‘왜?’라는 질문을 꾸준히 한다면 뛰어난 발명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여기에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더욱 뛰어난 발명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네패스 같은 기업의 경우에서도 이와 같은 ‘발명자 마인드’는 중요하게 여겨진다.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거나 신규 비즈니스를 확대할 때 이러한 발명자 마인드는 사업의 방향을 바꾸거나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중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네패스의 PLP(패널레벨패키지)라는 기술 역시 기존의 완성된 기술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관심과 흥미, 특히 더 나은 생산성을 위한 원초적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기 때문에 발명할 수 있었던 기술이다.
기존의 원형의 기판(캐리어)에서 공정을 수행하기 때문에 생산성의 한계가 있던 기존 패키징 기술에 대해 원형이 아닌 사각 형태의 기판에서 패키징하는 것은 왜 안될까?라는 발상을 하게 되었고, 그러던 중에 네패스야하드(당시 네패스디스플레이)의 대형 유리 기판을 핸들링하는 기술을 이에 접목하게 되면서 PLP에 대한 연구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이렇듯 우리 일상에서, 혹은 내가 일하는 환경에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곳에 관심을 갖고, ‘이건 왜 이러지?’ ‘왜 이렇게 했지?’ ‘왜 이렇게 하면 안되지?’라는 발명자 마인드를 가진다면 우리는 좋은 발명자의 길로 한발 더 들어서게 될 것이고,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